
2007년 이종범이 부진에 빠지면서 이 때부터 프론트로부터 은퇴 압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까지 이종범 선수는 아직 현역에 대한 의지가 더 강했기 때문에 삭감을 받고서라도 선수생활을 계속 해왔었습니다. 이 때 화려했던 해태의 프랜차이즈 이종범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바로 비 해태 출신 감독인 조범현 감독이었죠. 새로 부임한 조범현 감독은 타이거즈와는 인연이 없어서 타이거즈 내에선 지지기반도 없고 타이거즈 색도 전혀 없었기에 아무래도 타이거즈 색이 강한 팀 분위기 내에서 선수단 통솔에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것임을 짐작했을 것입니다. 당시 호사방도 조범현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강했을 거고요. 그러한 조범현 감독이 타이거즈의 색을 씌우기 위해서는 바로 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 이종범이라는 존재가 필요했던 겁니다. 그랬기 때문에 조범현 감독 체제 하에서 이종범의 선수생활이 더 지속될 수 있었을 겁니다. 다만 '노장으로써, 선배로써, 프랜차이즈로써 나 자신을 희생하라'는 전제가 있었겠죠. 하지만 이종범은 그렇게 궂은 일을 맡아서까지 선수생활을 유지하려는 본인의 의지가 더욱 컸기에 묵묵히 따랐습니다. 그렇게 조범현 감독은 노장의 희생정신을 통해서 팀을 집중시켰고 어쩌면 이것이 조 감독과 종범신에게 서로가 윈윈이 되었을 겁니다. 그 역량이 극대화된 때가 2009 한국시리즈 우승이었죠.
그런데, 조범현 감독이 사퇴한 뒤 선동열 감독 부임으로 상황은 바뀝니다. 여태까지 이종범이 KIA 선수 내에서 프랜차이즈로써 팀의 구심점이 되었다면 이젠 감독(+수석) 자체가 프랜차이즈였으니까요. 당시 팬들은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출신 코치진들이 중심이 되어서 팀에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라는 여론이 많았고 현 코치진들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체제 하에서는 더 이상 여태까지 해왔던 '타이거즈 그 자체로써의 구심점 역할'의 이종범의 역할이 줄어들수밖에 없었고, 이후에 좀 더 젊은 선수들을 더 중용하려는 코치진들의 의견과 충돌하면서 결국 은퇴를 선언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종범이 다른 젊은 선수들과 기량이 비슷(?)하면서 여태까지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던 것이 바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쥐고 있었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내세울 수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은퇴기자회견에서 '팀에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 더이상 없다는 것을 알고 은퇴를 결정했다'라고 언급한 건 바로 이것을 의미한 게 아닐까요.
다만 기존의 구심점을 레전드 코치진으로 강제로(?) 옮기려는 과정에서 하나의 단결할 수 있는 기둥을 잃어버린 선수단들 및 팬들은 갈 길을 잃어버리고 지금의 혼돈이 발생한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재응이나 김상훈, 유동훈 등의 고참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고참선수들이 선수들의 역량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아직은 제대로 못하고 있고, 현재 구심점'이 되려는' 코치진-선수들 관계는 아무래도 수직관계라 '선수' 이종범-선수들 간의 수평적 관계보다는 좀 더 불편하겠죠. 현재의 타이거즈의 부진은 외적으로 부상병들이 많아서 그에 따른 공백의 이유도 있겠지만 선수들이 '타이거즈 레전드 코치'를 대하는 심적 부담감이 있는 것도 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단 아무래도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선 이종범이라는 대 선배를 대신할 수 있는 고참급 선수(서재응, 최희섭, 김상훈, 유동훈 등) 중에서 역량을 모을 수 있는 선수들 사이의 구심점을 빨리 찾아야 하는게 중요한데, 일단은 서재응이 그 역할에 맞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재응 본인이 힘들더라도 팀의 희생정신을 더욱 강조해서 그 중심으로 돌아가게끔 하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어느정도 선수들 사이에서의 혼돈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으로는 일련의 사태는 팀의 중심역할을 했던 한 선수가 선수생활을 좋게 마무리 하려면, 그 선수가 해왔던 중심역할을 다른 선수에게 잘 위임을 해야한다는 것을 일깨운 소중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현 코치진들이 그 중심을 코치진으로 옮기려 했거나 그 역할을 망각(?)했거나 해서 중간 단계를 생략해버리고 구심점이 되었던 선수를 은퇴시켰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보입니다.
아무튼, 하루빨리 이 혼돈이 줄어들어서 선수들 사이에 안정이 찾아오고, '종범신' 이종범의 은퇴 후 계획도 잘 세워져서 타이거즈 팬들에게 위안이 될만한 소식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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